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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CLeaF) 83호 미국에서 전하는 시온이네 가족 이야기 6 : 음식 편

기독법률가회 0 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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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전하는 시온이네 가족 이야기 6 : 음식 편

 

 

1. 아내의 사랑을 담은 요리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한 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저와 시온이를 위해 2022년 여름 육아휴직을 하고 미국에 같이 온 아내의 이야기를 하려면,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내는 결혼 전 저에게 요리가 취미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저는 내심 결혼하면 아내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겠지하는 달콤한 상상을 했었죠.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처음에는 장인, 장모님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고, 이후에는 저희 어머니를 모시고 살게 되면서 양가 어머님들이 요리를 대부분 해주신 덕분에 아내의 요리를 맛볼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가끔 회사 동기들이 아내가 해주는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이 뭐에요?”라고 물어오면, 정말이지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서 수줍게 핫초코라고 대답하고는 했습니다.

미국에 오기 전 몇 년 동안은 아내가 전주에서 근무하며, 장인, 장모님이 평일에는 내려와서 시온이도 봐주시고 살림도 도맡아 해주셔서 아내가 크게 요리를 할 일이 없었습니다. 주말이면 제가 아내와 시온이를 만나러 전주로 내려가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식사 준비는 대부분 제가 도맡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오게 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한국에 살 때는 배달 어플로 자주 음식을 시켜 먹고, 외식도 자주 했는데 미국에서 한번 외식을 하려면 상당히 많은 금액을 지출해야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음식값 자체도 저렴하지 않은 데다가, 세금이 붙고, 거기에 보통 18%~ 25% 팁까지 주게 되면 한 끼 식사에 세 가족 기준 기본 60불에서 100불이 넘는 비용을 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외식보다는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이, 비용적으로 훨씬 부담이 적었기 때문에 아내는 하루에 세 번 밥상을 차리는 전혀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맥앤치즈, 핫도그, 햄버거가 나오는 학교 급식이 최고라고 했던 시온이가 몇 달이 지나자 도시락을 싸달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저 또한 학교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도시락을 싸가기로 해서 아내는 아침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고, 저와 시온이의 도시락, 간식까지 준비합니다.

감사하게도 아내의 요리실력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고,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보쌈, 삼계탕, 김밥, 도토리묵, 탕수육, 짜장면, 스파게티, 피자, 치킨, 립 바비큐, 버터치킨커리, 타코, 퀘사디아 등 다양한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내의 맛있는 요리 덕분에 저는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여 몸도 마음도 살찌는 풍요로운 삶을 보내고 있지만, 고된 로스쿨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면, 오늘은 아내가 어떤 요리를 준비했을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운전대를 잡고는 합니다. (아내가 직접 만든 도시락과 밥상 사진을 몇 장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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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영

 

2. 식사 나눔 속에 피어나는 예수님의 향기

 

미국에서 알게 된 소중한 가정들이 많이 있는데, 정말 특별한 점은 밖에서 만나기보다는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 대접을 하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더 많다는 점입니다. 사실 오늘 저녁에도 시온이 친구네 가정이 초대해주셔서 직접 준비해주신 스테이크와 디저트를 먹으며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20228, 처음 미국에 막 도착한 첫날에도 미국에 먼저 온 아내의 친구 집에 초대받아서 맛있는 바비큐와 따뜻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차 적응도 안 되고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었는데 초대해주셔서 첫날 저녁을 얼마나 따뜻하게 보냈는지 모릅니다.

지난 18개월 동안 미국에서 새로 만나 교제하게 된 가정들에 초대받아서 갈 때마다 정성껏 준비해주신 음식들과 섬김에 큰 사랑을 느끼곤 합니다. 사실 집에 초대하기 위해서는 마트에 가서 장도 봐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음식도 준비해야 하고, 어마어마하게 쌓인 설거지도 해야 해서 정말 번거롭고 힘든 일인데... 초대해주신 분들은 오히려 저희에게 와주셔서 고맙다고 하면서 따뜻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낯선 미국에서도 주님이 예비하신 귀한 분들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도 다른 가정들을 여러 번 초대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장금이처럼 샤브샤브, 갈비탕, 보쌈, 불고기, 잡채, 찜닭 등 각종 한국요리를 정성껏 준비하거나 제가 앞마당 그릴에서 숯불 바비큐를 준비해서 대접하곤 합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참 외로울 수도 있는데, 이렇게 귀한 가정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나누며 더 깊은 교제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믿지 않는 가정들을 초대할 때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좋은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받은 그 사랑을 흘려보내고자, 로스쿨에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종종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가 주고 있습니다. 아내는 제가 학교에 가는 날 아침에는 도시락을 늘 2~3인분으로 넉넉하게 준비해주어서 로스쿨에서 식사도 못 하고 연속하여 수업을 듣거나 공부를 하는 로스쿨 동기들과 함께 나누어 먹곤 합니다. 이번 학기부터는 중국과 남미 페루 등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온 로스쿨 동기들과 매주 월요일 점심에 영어 대화 그룹나눔을 시작했는데, 매주 아내가 준비해준 샌드위치, 김밥, , 또는 한국의 과자 등을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며 함께 먹었습니다. 사실 보잘 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제 친구들은 한국 음식이 너무 맛있다면서 늘 칭찬해주었고,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나누며 더 친밀해질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친구들과 삶과 마음속 깊은 대화도 나누게 되면서 주님의 사랑과 복음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 중에 3명은 내년에 한국에 놀러 오기로 하였답니다.

하루하루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인도해주신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제 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야 함을 깨닫습니다. 이제 귀국까지 남은 2달여 기간 동안 주님을 알지 못하는 로스쿨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전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 부탁드립니다.

 

3. 미국 음식, 세계 음식, K-Food

 

흔히 미국을 일컬어 멜팅 팟(Melting Pot)이라고 합니다. 용광로 속에 여러 물질이 녹아나듯, 다양한 인종과 서로 다른 문화가 융합되어 하나의 나라를 만들고 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정 또한 이방인으로서 미국에서 지내고 있지만, 이웃들을 보더라도 세계 각 나라에서 이민을 와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이민자들이 모이는 동네에는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음식을 파는 식당이 생기기 때문에, 덕분에 미국에서 세계 각 나라의 맛있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도, 베트남, 타이, 이탈리아, 네덜란드, 멕시코 등 다양한 식당에 가서 음식을 맛보았는데, 마치 현지 식당에서 직접 먹는 것처럼 맛있는 음식들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모두 뉴욕에 있다는 말처럼, 뉴욕에는 각 나라의 유명한 쉐프들이 차려내는 근사한 식당들이 많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뉴욕에서도 한식당들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져서, 현지인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상당히 기분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뉴욕에 혹시 여행을 오시면, 베이글, 스테이크, 치즈케이크 세 가지는 꼭 드셔보시면 좋겠습니다.)

미국에서 몇 개월 정도 생활하다가, 갑자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전통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을 대표하는 몇 가지 음식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미국 핫도그는 한국과 많이 다릅니다. 기다란 모양의 빵에 소시지를 구워서 올리고 케첩이나 머스터드 소스를 뿌려서 먹습니다. 한국처럼 막대에 소시지를 끼워서 반죽을 묻혀 튀겨내는 것은 이곳에서는 콘도그라고 부릅니다.

재미있는 것은 요즘 K-Food 열풍으로 한국식 콘도그가 이곳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한 개에 기본 5불 정도라서 한국보다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지만 여전히 맛이 좋습니다.

미국식 피자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피자헛, 도미노 피자와 같은 체인들이 이미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들어와 있죠. 다만, 미국 현지 피자는 확실히 한국보다는 훨씬 짠맛이 강합니다. 확실히 한국 피자는 좀 더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적절한 현지화를 이루어낸 것 같습니다.

피자는 너무 친근한 음식이라, 시온이 친구 가정에 초대를 받아서 가거나, 생일파티에 가더라도 피자는 꼭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온이는 금요일마다 학교에서 피자를 먹는 날인데, 피자를 너무 좋아해서 유일하게 금요일만 엄마 도시락을 마다하고 학교 급식으로 나오는 피자를 먹습니다.

미국에서는 정말 손꼽히게 맛있는 수제버거집이 많이 있습니다. 다만 대중적으로 친근한 몇 가지 버거를 소개해 드리자면, 미 서부를 대표하는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s), 동부를 대표하는 쉐이크쉑(Shakeshack), 파이브가이즈(Five Guys)가 있습니다. 갓 만든 감자튀김과 육즙이 풍부한 버거는 언제 먹어도 맛이 좋습니다. 인앤아웃 버거의 경우 포장지나 음료수 컵에 요한복음 316, 요한계시록 320절 등 성경 말씀이 작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90년대 초부터 창업주가 시작한 것이라고 하는데, 비록 작은 일이지만 복음의 통로로 사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개해 드리고 싶은 버거는 칙필레(Chick-Fil-A)입니다. 칙필레는 경영진이 기독교적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중 유일하게 주일에 영업을 안 하는데, 전 직원이 주일 성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 바로 앞에 칙필레 매장이 있는데 주일에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버거를 사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주일에 휴무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매년 미국 소비자 만족도 1위를 매년 차지하고 있고, 수익의 일정 부분을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을 위해 투입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외에도 맥앤치즈, 바비큐, 씨푸드보일 등 미국에서 맛볼 수 있는 맛있는 현지 음식들이 있는데, 혹시 미국 여행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에게 연락주시면 맛집 리스트를 공유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4. 당신의 힐링푸드는 무엇인가요?

 

요한복음 21장에 보면,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고 자신의 소명을 까맣게 잊은 채 다시 디베랴 호수로 돌아가 물고기를 잡고 있던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다시 나타나십니다. 날이 새도록 물고기를 낚았지만 베드로는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했죠. 몸도 마음도 지쳐갈 그 무렵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는 예수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일평생 물고기 낚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베테랑 어부 베드로였지만, 그 음성에 순종하기로 합니다. 그물을 들어 올릴 수 없을만큼 많은 물고기를 낚고 나서야 그 음성이 예수님이셨음을 깨달은 베드로는 겉옷을 벗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예수님에게 가기 위해 물로 뛰어듭니다. 참 베드로다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사실 용서받기 힘든 큰 죄를 범했습니다. 다시 예수님 앞에 섰을 때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을까요. 그리고 그런 베드로의 마음조차 모두 다 아시는 예수님은 숯불에 생선과 떡을 구워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육지에 올라보니 숯불이 있는데 그 위에 생선이 놓였고 떡도 있더라. 요한복음 219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조반을 먹으라 하시니, 요한복음 2112

예수님은 그 어떤 질책도 책망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미리 준비하신 생선과 떡을 함께 먹자 부르셨습니다. 든든히 배를 채운 베드로에게 그제야 예수님은 물어보십니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 이후 베드로는 온전히 회복되었고, 다시금 소명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짐작건대, 이 순간 이후 베드로에게 숯불에 구운 떡과 생선은 힐링푸드가 되었을 것입니다. 삶의 힘들고 고된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떡과 생선을 먹으며, 예수님과의 따스했던 만남을 기억하고 다시금 힘을 내지 않았을까요?

사랑하는 기독법률가회 여러분의 힐링푸드는 무엇인가요? 누구에게나 힐링푸드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머니가 끓여주신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이른 아침 마시는 커피 한잔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지금 삶의 고된 순간을 지나는 중이라면, 여러분의 힐링푸드가 팍팍한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무엇보다 매일 매일 우리를 부르시고 다시금 소명의 자리에 서길 원하시는 예수님의 따스한 음성과 풍성한 생명의 양식이 오늘 우리의 삶을 온전히 회복시키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요한계시록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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